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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인종차별: 초등학생이 하면 선생님의 잘못이지?!

호주인 알피 2023. 8. 1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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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영주권을 위해 시골에서 살때 겪은 일이다. 호주의 시골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시골이다. 시드니에서 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 지역, 마을주민이 8천여명이 되는 작은 시골타운. 수쉐프로 일년정도 일하니 일상이 익숙해져 자리를 잡았다 느끼던 시절이었다.

쉬는날 날도 좋으니 테니스나 한겜 치러 와이프와 공용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타운에 테니스장이 총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무료, 하나는 유료로 타운 클럽에서 운영하였다. 나와 와이프는 무료로 갔고 몸을 풀 목적이었기에 구장 상태는 큰 상관없었다. 공용 농구장 앞쪽에 위치해 있었고 테니스장에는 잡풀이 이곳저곳에 있었지만 그럭저럭 칠만했다.

한 10분쯤 네트를 손보고 몸을 풀고 있을때쯤 바로 옆 초등학교에서 한 학급정도가 농구 코트로 야외수업을 오는 듯 했다.
”애기들이 귀엽네“ 라며 와이프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렐리를 이어갔다. (사실은 와이프에비해 내 실력이 떨어져 배우고 있었다)코트를 바꾸며 열심히 테니스를 치던와중 와이프가 농구 코트쪽으로 코트체인지 됬을때 일이 시작되었다.

한 초등학생 무리가 다가오더니 뱉은 말 ”니 하오!“ 중국 인사. 애기들이 큰목소리로 와이프에게 중국어로 인사했고 와이프는
“We are not Chinese, We are Korean.”
이라 분명히 말했고 그들은 대꾸하지 않고
“니하오 니하오 니하오!” 계속해대고 있었다. 와이프가 당황해 하기에 내가 다가갔다. 그런데 내가 다가가니 그 아이들도 펜스에서 멀어져 도망갔다. 그대로 코트 체인지 해서 다시 이어가는데 내가 혼내거나 하지 않아서 일까? 농구코트 중간쯤 펜스에 기대어 큰목소리로 “니하오”연발이 시작되었다.

나는 게임을 멈추고 정색하면서 뒤를 돌았다. 그들을 쳐다보며 팬스를 붙잡고 “We are not Chinese, please don’t do that” 말했고 그들은 멈추며 다른 학생에게 농구를 가르치던 선생님을 쳐다봤다. 하지만 선생님은 잠깐 그들을 응시하더니 다시 가르치던 농구를 가르쳤다. 그대로 멈추는가 싶어 테니스를 다시 치려고 공을 구르는 순간 ”니하오 히히히히“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뚜껑이 열려 전직 광전사가 현직이 되어 테니스장과 농구장을 이어주는 펜스에 문을 열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희 일어나 뭐하는 짓이야?(Hey you! get up, what r u doing?), 너네 이거 인종차별인거 알아?(Do you know that it is racism?). 내가 하지말라고 정중히 부탁했지? (I politely asked you to stop it?)”

그들은 어버버대며 왜그러냐고 나에게 도리어 화를 냈다. 내가 뭐 어쨋는데 그러느냐는 식이었다.
“내가 중국인 아니라고 분명히 했고 멈춰달라고 정중히 요구하였음에도 너네는 무시하였다. 그러는 이유가 있냐? 말해봐라. 너네 셋, 특히 너!” 라고 말하였는데 중국인안테 중국어로 인사하는데 왜 화내느냐고 도리어 화를 냈다. 그와중에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다가왔다.

선생님은 무슨일이냐며 수업방해에 아동학대에 해당 될 수 있다며 나를 말렸다. 나는 여기서 내가 사과하고 물러난다면 이 아이들은 분명 자신들의 잘못을 알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경찰부르겠다. 선생님도 인종차별을 방관하였으니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핸드폰을 들었다. 선생님은 일단 수업이 끝났으니 내가 애들을 잘 지도 하겠다며 이해해 달라고 하였지만 호주에서 내가 제일 믿을 수 없는 말이 “Thank you for understanding.”이다. 나는 이해를 하지 않는다 그저 결과를 믿을 뿐이지. 나는 선생님에게 내 연락처를 주고 이 아이들 지도 결과를 달라며 재대로된 너의 교육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경찰서로 바로 달려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을때 쯤이었나? 그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와 부모가 사과를 하고 싶어 한다면서 주소를 알려 달랬다. 와이프는 통화를 듣고 손사래 쳤지만 나는 집을 알려줄수는 없고 집근처 공원에서 기다리기로 하였고 그쪽으로 알 수 없는 한 무리의 차들이 왔다. 선생님, 아이들의 부모님과 당사자들이 모두 왔다. 총 15명쯤, 사실 살짝 쫄았다. 그중 덩치가 산만한 사람들도 껴있었기 때문에 살짝 움찔한건 사실이다. 아이들은 울고 있었고 부모들에 손에 이끌려 다가왔고 아이 셋은 다 와서는 울며 사과하였고 부모들은 한발짝 떨어져 그들이 사과 하길 기다렸다. 그 후 선생님도 나에게 사과 하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확실히 주의를 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깔끔한 사과였고 남 탓을 하지고 않은 현명함에 나역시 수업시간에 난입한점을 사과했다. 아이 부모님들 역시 집에서 다시한번 교육하겠다며 이런일이 일어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역시 호주 부모님들은 애가 잘못한건 애들의 잘못인 것이니 내가 추가 사과하지 않는다. 이런 마인드였으며 나 역시 그점에 동의해 알겠다며 사과 받았으니 됬다며 쿨하게 돌아섰다.

와이프안테는 굳이 사과까지 받았어야됬느냐며 핀잔을 들었지만, 나는 내가 없었다면, 나같이 따지고 들어가는 사람이 그들의 인생에 없었다면 그들의 인생은 언젠가 인종차별을 해도 상관없어지거나 자신들의 행동이 인종차별인줄 조차 모르는 그런 몰상식한 어른으로 자랄 것을 더 염려했었다. 한편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 재대로 교육을 받을 것인지, 이때까지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데 10대초반까지 인종차별에 대해 재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이 사달을 내는것인지 등등 잡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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