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흐르는 대로...

Working Holiday

시드니 공항! 드디어! 영어 못해? 괜찮아. 너가 나보다 잘해!

호주인 알피 2023. 6. 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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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시드니 땅을 밟을 날까지 왔다. 필자는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기에 여기까지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당신은, 그렇다. 당신의 참을성은 본받을 만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잠을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가수면 상태로 다음 비행기를 타러 갔다. 누군가 좀비를 본 적이 있느냐 물어보면 그때의 나 자신이었을 테니 혹시나 좀비가 돼보고 싶다면 한번 경험해 보라.


5시간 반 많이 남지 않은 비행시간. 그때의 나는 어렸다. 그 정도 비행시간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호주 땅을 제정신으로 밟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 피곤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다. 시드니 가면 뭐부터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비행기 안에서도 들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피곤 역시 잊어버렸다.



시드니에 도착하니 오전 10시쯤? 그쯤 됐던가? 아마 나의 몰골은 좀비가 실실 웃으며 파우치 하나 들고 출국장을 향하는 미친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역시 한국 사람답게 많은 인파를 뚫으며 출국장 앞줄에 서기 위해 두다다다다 걸어갔다. 그 당시 나의 영어 수준은 앞서 언급한 거와 같이 하이 히와유 유면 무조건 파인땡큐를 돌려받아야 하는 중학생 영어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언어는 악과 깡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출국장에 보안직원이 분명히 뭐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나는 예스만 연발할 뿐이었고 그 직원은 친절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있는 여권을 가리키며 댓원 플리스? 라고 말하였다. 역시 ‘바디랭귀지는 세계 공용어네’라고 생각하며 내밀었고 내 영어 수준을 알게 된 직원은 두세 번 보더니 그냥 보내주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지나가고 나서 짐을 찾으러 기다란 행렬을 쫓아갔다. 짐은 한참을 나오지 않아 30분 이상 그 자리에서 서 멍 때리게 되었다. 슬슬 피곤과 짜증이 올라오고 옷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는데 시드니는 계절이 반대라 엄청 더웠다. 극도의 짜증 상태에서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짐이 다른 나라에 그대로 있던 경우. 아니면 한국에서부터 착오로 오지 못하였다거나 누가 훔쳐 갔다거나.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뒤를 돌아보고 어떻게든 한국인을 찾아 도움을 부탁해 보자 하는 순간 내 짐이 3~4개의 짐과 함께 뺑뺑이를 돌고 있었다.

'하... 살았다...'


그 짐을 들고 세관을 통과하러 가는데 앞서가던 사람들과 다른 표를 받고 재검사를 받았다. 강아지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냄새도 맡고 앞사람은 지나가는데 나는 멈춰서 못 가게 하였다. 내 짐을 열어야 한다는 제스처와 함께 비번 패스워드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역시 그딴 건 취급하지 않는 허술한 사람이라

"노 노 패스워드"

라고 대답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비번을 알려주기 싫다로 해석도 될 수 있는데 다행히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직원분들 그냥 쉽게 열어서 확인했는데 담배 10보루가 뭐냐고 이거 안된다고 말하더라.

그 와중에 그건 어떻게 알아 들었다. 내 담배를 가져가겠구나. 나는 지켜야 한다 그 일념으로

"이거 마쎄. 투 마쎄  원데이. 암다이 플리스"

그걸 듣고 직원이 웃더니 오케이 하면서 봐줬다. 차후에 물어보니 원칙적으로는 안 되나 그저 운이 좋았거나 고의적으로 판매 목적이 아니면 가끔 봐주기도 한다더라. 진땀을 뺏다 그 짧은 순간에. 나중에 항공사 직원 안테 컴플레인이라도 걸까 했는데 이 글을 적으면서 다시 생각난 거지 그 당시에는 까먹었다.



그대로 게이트를 지나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문 앞에서 누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 뚜벅뚜벅. 인터넷에서 나온 대로 옵투스 모바일에 걸어가 유심을 받고 베가 레이서에 유심을 꼽았다. (그 당시만 해도 인터내셔널 유심이 호환 안되는 기기가 많았다). 역시나 기능의 일부가 안되더라. 예상은 했지만 누가 나에게 문자를 할까. 첫날 숙소인 시드니에 있는 백패커로 향했다.



트레인을 타고 가야 하는데 역시나 나는 교통카드가 없어 일회용 티켓을 끊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례하지만 그때는 단어로만 대화했다. 창구에 가자마자 타운홀. 되물음이 와도 (아마 왕복이냐고 물어본 것 같다), 타운홀 플리스. 아마 단방향으로 끊어 줬던 거 같다. 그래도 창구 직원은 친절하다 웃으면서

"플랫폼 투. 투, 넘버 투. 유 갈잇?"

나도 역시

"투.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투 땡큐"

하며 2번 플랫폼에 가서 탔다. 전광판에 타운홀이라고 써져 나왔으며 그걸 타고 시티로 향했다.(손가락 v를 그릴 때 손등을 보여주며 하는 행위는 호주에서 무례한 것이다. 욕 같은 거라고 한다)

(사진은 편의상 구글에서 퍼왔다. 실제 공항 전철?기차는 지하에서 출발,도착한다)


트레인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한적한 시간대 자리는 많았다. 하지만 2층 트레인. 처음 타보지만 뭔가 멋졌다. 드디어 호주구나! 하며 기대를 품고 타운 홀로 향했다.



ps:<--이게 추신이라는 의미 맞나?

내가 쓰는 글은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해가면서 20대 초반에 호주에서 생존과 힘들 삶들이 추억이 되가고 한 번씩 회상을 하게 된다. 지금이야 많이 적응되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하고 비자 문제도 영주권 취득 이후 신경 안 쓰게 되니 그때를 잊게 되는 거 같다. 그 당시 삶에 치여 일기를 쓸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내가 회상하는 과거를 글로 남겨 간직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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